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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ce Upon A Time In DOS!
주정섭
(주정섭)
2019-04-25 오후 1:27:29
375회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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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upon a time in DOS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호환마마가 무서웠던 시절에, Windows가 아닌 DOS 라는 전설적인 오에스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클리퍼라는 개발툴이 있었다. 클리퍼는 COBOL 이나 베이직 보다 월등히 우수한 개발 속도를 가졌기 때문에, DOS 시대에 매우 인기가 있었다.

그러다 Windows가 등장을 하고, 클리퍼 개발자들은 Windows 시대에 어떤 개발툴을 선택해야, 앞으로 밥을 잘먹고 잘살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클리퍼로는 윈도우 어플을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클리퍼 개발자들 모임인 클립동에서는, 앞으로 어떤 개발툴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토론이 있었다.

사실 많은 토론이라고 해봤자 실상은 소수 몇명이 이 토론을 이끌었다. 내 경험에 따르면,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지극히 수동적이다. 뭔가를 앞서서 이끄는 사람은 극소수다. 어찌보면 대다수의 모임이 아마도 이러할 것이다.

당시에 클리퍼를 대신할 개발툴로 비주얼 오브젝트, 파이브윈 등등 몇가지 개발툴이 거론되었다. 당시에 대단한 쪽수(인원수)를 가진 클립동 모임에서는, 이 개발툴들의 업체 관계자들이 자기 제품 장점을 앞다투어 소개했고, 몇몇 진지한 참가자들은 이 툴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그 사용법을 연구했었다.

나 역시 몇가지 툴에 대해서 사용법을 연구해 봤다. 그런데 당시 내 판단으로는 그 어떤 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개발툴 중에서 어떤 한쪽이 좋다 나쁘다라고 나는 공공연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업체 관계자들 대다수가 나의 지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비겁한 방법을 사용햐였다. 어느 쪽 편을 들지 못할 바에는, 중립을 지키던지, 모두 좋다고 하던지, 모두 나쁘다고 하던지, 이 세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성질머리 나쁜 나는, 가장 최악인, 제일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다.

어느 날인가 클립동 모임에서 나는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말했다.

"내가 보기에 아직은 제대로된 윈도우 개발툴은 없다고 봅니다. 윈도우 시대가 곧 온다고 하지만, 도스 프로그램들을 모조리 대체하기에는 윈도우가 아직 완벽하지 않고, 따라서 몇년인가 좀더 지난 다음에 그때 윈도우 개발툴을 선택하는 것을 다시 논하기로 합시다."

"개발자 모임에서 너무 상업적인 제품 소개만 하는 것을 그만하고, 당분간은 현재 우리의 주 밥벌이인 클리퍼 사용법을 공부합시다. 객체지향, 클리퍼 내부 가로채기등 공부할 것이 많지 않습니까?"

그러다 한참 후에, 클리퍼와 클립동 모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또 한참 후에, 비주얼 베이직, 파워 빌더, 델파이 등등을 잠깐씩 연구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개발툴이 델파이라고 판단하고, 나는 클리퍼를 버리고 델파이를 주 개발툴로 사용하게 되었다.

한참이 지난 후, 델파이를 주 개발툴로 사용하던 도중에, 예전 클립동 멤버 한명을 만났는데, 이 사람이 나에게 아주 황당한 말을 했다.

"정섭씨는 클리퍼를 영원히 사용할 것처럼 말하더니, 배신 당기고 델파이로 갈아 탔네요. 나는 당신의 말을 믿고 클리퍼를 계속 사용해왔는데, 정섭씨한테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는 클리퍼라는 개발툴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은 적도 없을 뿐더러, 남에게 그렇게 말한 적도 없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믿었던 것일까? 내가 정말로 예전에 그런 말도 안되는 구라를 쳤었던가?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설령 과거에 내가 클리퍼가 영원할 것이라고 말을 했다 하더라도, 상식을 쪼매라도 갖춘 개발자라면, 그 말을 결코 믿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도스 시대가 가고 윈도우 시대가 온다는 것은, 그 당시에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 간단한 예상도 못한다면, 개발자로서의 기본 판단 능력에 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정말로 예전에 내가 클리퍼는 영원하다라고 했다면, 나를 구라쟁이로 판단하고 다시는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

영원한 언어, 영원한 개발툴이 존재할 수 있기는 한가? 고조 할배격 언어인, C와 C++ 만 하더라도 숱한 변화가 있었다. 변화하지 않는 영원한 개발툴과 언어란 모름지기 없는 법이다.

만일 당시에 내가 클리퍼가 영원한 것이라고 구라를 쳤다면, 그로 인해 내가 얻는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이득이 아무 것도 없었다. 당시에 나는 허접한 개발툴들에 대한 영양가 별로 없는 토론들이 지겨워 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내가 클리퍼가 영원할 것이라고 구라를 쳤다고 믿었을까?

오랜 시간이 흘러서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바로 인간의 기본적 속성인 자기합리화 때문이다.

나에게 클리퍼 배신자라고 말한 사람은, 다른 개발툴을 배우기 싫어서 클리퍼를 계속 사용해 왔을 뿐이다. 내말을 믿은 것도 아니요, 도스의 위대함을 믿은 것도 아니다. 그저 본인이 게을렀을 뿐이다.

당시에 내가 어떤 말을 했던 간에, 본인 입장에 편하도록 편집하여 받아들인 것 뿐이다. 과거의 기억은 현실의 상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매주 자주 있다. 이를 뭐라고 하는 전문 용어가 있는데, 까먹었다. 어쨋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합리화를 지속적으로 한다. 이 사람은 나의 말을 다음과 같이 바꿔서 이해해 버린 것이다.

"골치 아프게 다른 개발툴 배우기 싫은데, 정섭이가 클리퍼는 영원하다라고 말했대.. 그래 클리퍼만 주구장창 사용하면 돼.."

그래서, 나는 꺠달았다. 내가 어떤 말을 하던, 사람들은 각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자기한테 편하고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자기에게 나쁜 쪽으로는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나 역시 이런 자기합리화를 꾸준히하면서 살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러분 각자의 선택이다. 허접한 열린 결말로 이글을 끝내고자 한다.